2011 올해의 과학도서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 선정
2011 올해의 과학도서
- 공룡 오디세이
<스콧 샘슨> 저 / <김명주> 역 / 뿌리와이파리
어린이들은 티라노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처럼 발음하기도 힘든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우고 있다. 골룡의 인기는 식을 줄 몰라서, 어린이용 공룡 책은 부지기수로 많다 그러나 성인용 공룡책은 가뭄에 콩 나듯하다. 모처럼 공룡의 신화와 생태에 대한 궁금증을 속속들이 풀어줄 교양과학서가 발간되었다. 『공룡 오디세이』는 공룡이 살아서 숨 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독자들은 공룡이 생겨난 트라이아스기부터 대멸종이 일어난 백악기 말까지 중생대 1억 6천만 년 전으로 타임머신 여행을 할 수 있다. 책 표지의 수각류 공룡 알로사우루스가 표지 밖으로 뛰어나올 것 같다.
김웅서(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저 / 후마니타스
기생자의 관점에서 생명의 역사와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윌리엄 해밀턴 이래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국내는 ‘기생충학’이 기피분야로 남아 있다. 기생충학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기생충이 여전히 창궐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경험한 저자는 기생충과 우리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때쯤이면, 기생충에 대한 혐오가 애정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장대익(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달팽이 안단테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저 / <김병순> 역 / 돌베개
희한한 병에 걸려 자리에 누운 작가의 침대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지지 않은 화분에 달팽이 한 마리가 살게 되었다. 달팽이와 동질감을 느낀 환자는 달팽이를 관찰하고 달팽이에 관한 문헌을 섭렵하며 글을 남긴다. “달팽이는 자신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살아있는 제비꽃을 단 한번도 갉아먹은 적이 없었다. 누구든 자기와 다른 생명체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야한다. 그것이 크든 작든...”
그녀는 묻고 상상한다. “육상달팽이들은 1분에 몇 센티미터 이동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전 세계 대륙에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 1억 5천만 년 전, 우리 달팽이의 조상들은 어쩌면 몸무게가 50톤이나 나가는 공룡들을 우연히 집어타고 이동했을지도 모른다.” 달팽이 박사로 유명한 권오길 박사가 쓴 <고독과 고통이 준 선물>이라는 추천사도 백미다.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 물리법칙의 발견
<블라트코 베드럴> 저 / <손원민> 역 / 모티브북
원제는 ‘Decoding reality: the universe as quantum information (실제성의 해독: 양자정보로서의 우주)’ 인데, 제목에 이 책의 핵심이 담겼다고 봐도 좋다. 정보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보의 처리과정이 모두 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양자정보이론의 핵심 결론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상한 말일지 모르겠다. 무엇을 알거나 모르는 것이 왜 물리적이야 하는가? 저자는 이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예를 들고 있다. 우주의 법칙이나 상태도 따지고 보면 다 정보다. 그렇다면 조금 더 나아가 우주 자체를 정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를 수도 있다. 즉, 우주는 거대한 컴퓨터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세상은 사물의 총체가 아니라 사건의 총체다.” 이런 도전적인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의 저자 블레드코 베드럴은 옥스퍼드 대학과 싱가포르 대학의 교수이며, 현재 양자정보분야에서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일류 물리학자다. 하지만, 일반대중을 위한 책도 여러 권 썼으며, BBC등에도 출연하여 정보과학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이 책이 제때에 소개되어 반가울 따름이다.
김상욱(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 블랙홀 전쟁
<레너드 서스킨드> 저 / <이종필> 역 / 사이언스북스
스티븐 호킹이 틀렸다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론물리학에 조용한 스캔들이 있었다. 이름 하여 블랙홀 엔트로피 문제,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를 되돌릴 수 있는가? 블랙홀 이야기를 하자면 이름만 들어도 기가 죽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이 문제는 양자역학과 초끈 이론의 최전방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었다. 이런 어려운 주제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투를 진두지휘하여 승리를 거둔 노련한 지휘관 레너드 서스킨드는 「블랙홀전쟁」이란 멋진 책으로 이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베테랑 요리사가 생선의 숨이 붙은 채로 살을 발려내듯 서스킨드는 어려운 물리이론을 자유자재로 요리하여 풍성한 식탁을 차려 놓았다. 이 책은 대중과학 서적이 전문가와 일반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범을 보여준다. 더구나 저자만이 알 수 있을 흥미진진한 enltdOrl가 어우러져 역사에 남을 대중과학책을 탄생시켰다. 단연코 올해를 대표할 한 권의 책이다
김상욱(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 사회생물학 대논쟁
<최재천>, <김세균>, <김동광> 등저 / 이음
사회생물학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불협화음이다. 어쨌든 그건 좋다. 토론의 장이 열렸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논의의 주제가 여전히 몇 십 년 전 그 때 그 논의의 주제가 여전히 몇 십 년 전 그 때 그 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사회생물학 논쟁」은 지금 이곳에서 그 문제로 골몰하고 있는 국내 학자들의 핫(hot)한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 할만하다. 불협화음 속에서 패턴을 찾아보는 재미를 던져주는 책이다.
이명현(세티코리아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 실체에 이르는 길 1,2
<로저 펜로즈> 저 / <박병철> 역 / 승산
언제부터인가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미명 아래 대중과학에서 수식을 사용하는 것이 금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누군가는 비유가 넘쳐나는 대중과학책을 다 읽고 나서도 뭔지 모를 결핍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런 때 그런 독자를 위한 책이 바로 로저 펜로즈의 「실체에 이르는 길」이다.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수학을 사용한(펜로즈 자신의 말처럼) 교과서 같은 교양과학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동감의 의미든 한탄의 의미든 ‘역시 수학은’이라는 말을 내뱉고야 말 것이다. 교양으로서의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반추해보게 해주는 명저다.
이명현(세티코리아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 웃음의 과학
<이윤석> 저 / 사이언스북스
국민 약골 개그맨이 큰 웃음 대신 큰 웃음의 과학을 해설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일종의 성찰이다. ‘나는 왜 크게 웃기지 못하는가?’ 하지만 이 성찰을 위해 과학의 세계로 참여 관찰을 시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자는 칭찬받을 만하다. 왜 유머가 시작되었고 어떻게 작동하며 전파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읽어보시라. 개그콘서트가 더 재밌어질 것이다.
장대익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진화의 종말
<폴 에얼릭>,<앤 에얼릭> 공저 / <하윤숙> 역 / 부키
두 저자는 인류가 자연의 선택압력으로 진화한 까닭을 찾기 위해 유전자와 문화의 공(共)진화에 초점을 맞춘다. 전쟁, 농경, 가족, 국가, 종교와 인종과 같은 문화적 진화를 사용하여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지루를 지배하는 종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인류가 처음부터 지구를 다스리는 존재로 태어난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인류 역시 단지 하나의 종으로 등장하였을 뿐이며, 우리 조상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가 지배적인 동물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인류는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켰으며 자신 역시 미래의 ‘멸종 위기종’으로 몰리고 있다. 저자들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답을 인구, 생태계, 엄청난 소비와 식량자원의 고갈, 그리고 기후와 에너지 문제에 관한 질문에서 찾는다.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
<이강영> 저 / 사이언스북스
인류가 만든 최대 규모의 기계 LHC, LHC는 인류문명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주며, 저자는 인류에게 이제 LHC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한다. 스위스의 땅 밑 100미터 깊이에 둘레길이가 27킬로미터에 달하는 원형터널 속에 설치된 이 장치는, 십조 전자볼트 에너지 규모의 양성자-양성자 충돌을 일으켜 우주탄생 직후 1조 분의 1초의 상황을 재현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입자물리학자들은 LHC 실험을 통해 현존하는 과학이론이 확인되고 과학이 한층 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어, 인류가 물질의 근원과 우주탄생의 비밀에 더욱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LHC의 건설이 결정되어 성공적으로 가동되기까지 15년이 걸렸으며, 기존의 지하터ㅇ널이 활용되었음에도 10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투입되었고, 장치를 운영하는 데만 한 해 265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HC는 고에너지 입자가속 및 충돌장치이지만, 이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는 초진공 초전도,초저온, 초대용량 전산처리 기술 등 인류가 겪어보지 않았던 최초의 첨단기술들도 동원되었다. 이렇듯 규모, 예산, 그리고 기술의 수준에서 엄청난 이 장치가 비단 입자물리학자들만의 잔치에 불과한 것이아니라, 왜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는지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물리학의 최첨단에 놓인 LHC에 대해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과학사적으로도 심층적인 소개를 번역이 아닌 우리글로 직접 전해주는 저자의 노고와 해박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국형태(경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관리자 2012.03.05 15: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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